<일요신문>프리미엄시장

일본 프리미엄 시장 소비자 성공 공략 비법
마케팅이 튀면 매출도 뛰더라
[953호] 2010년 08월 16일 (월) 20:11:36김지혜 world@ilyo.co.kr

  
▲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세이조이시이 식료품, 할리 데이비슨, 더 프리미엄 몰츠.
일본 소비시장은 지금 880엔 청바지, 4900엔 정장 한 벌, 100엔도 하지 않는 캔 칵테일 소주 등 저가경쟁이 치열하다. 동종업계의 라이벌 브랜드에서 900엔짜리 청바지를 출시하면 그보다 저렴한 880엔짜리 청바지를 내놓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일본의 대표적인 화장품 브랜드인 시세이도에서 내놓은 160만 원짜리 노화방지 크림이 히트를 치면서 틈새시장인 프리미엄 고객을 겨냥한 제품들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불황의 시대에 고가의 식료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최고급 수입 오토바이의 마니아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소비자들이 고가 상품에 지갑을 열게 한 비결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2009년 일본은 경기불황으로 임금은 낮아지고 채용의 문턱은 높아져 갔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가능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콕형(은둔형) 소비’ 경향이 짙어졌다. 때문에 식재료나 조리기구 등의 구입은 늘고 외식과 여행 등은 줄어 관련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런데 2010년에 들어와 과도한 절약생활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것이 ‘방콕형 리치’족이다. ‘방콕형 리치’란 외식과 여행 등에 돈을 쓰는 정도로 소비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보통 상품보다 조금 비싼 제품을 구입해 집에 있으면서 약간의 사치스러운 기분을 맛보려는 소비행동을 뜻한다.

고품질의 제품을 지향하는 슈퍼마켓 ‘세이조이시이’는 이러한 ‘방콕형 리치’족의 등장으로 전년대비 약 106%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세이조이시이 영업본부장 하라 아키히코는 “상품 산지와 특징뿐 아니라 지금 왜 이 상품을 추천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상품의 POP(상품 정보를 쓰는 카드) 혹은 리플렛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한다”며 “이탈리아산 햄은 평지, 산 등 산지가 어디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각각 와인을 곁들이라든지 샐러드로 먹어야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등 식재료의 맛을 끌어내는 조리법을 전달한다. 그 결과 고가의 치즈와 햄, 올리브오일 등의 매상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세이조이시이는 고객이 가격만큼은 반드시 확인한다는 점을 이용해 가격카드에 2줄 정도 상품에 관련된 담당자의 메시지를 적고 있다. 그 결과 다른 유통업체보다 고가의 상품을 취급한다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매출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

산토리의 맥주 ‘더 프리미엄 몰츠’는 경쟁제품과 비교해 약 30엔(약 400원)가격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5년 만에 약 20배의 매출을 기록하고, 지난해 최고 출고기록을 갱신한 대히트 상품이다.

사실 대형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주류상품 중 새롭게 입점한 브랜드가 대히트를 기록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일본 유통업계는 시장 점유율별로 판매장 면적이 할당되기 때문에 맥주시장의 1, 2위를 차지하는 아사히와 기린이 매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또한 과거 매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을 발주하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상품을 개발했더라도 판매장을 확보하기 어렵다.

프리미엄 몰츠 역시 발매 당시 고품질 맥아와 천연수로 만든 맥주로 화제를 모았지만 시장에서 자리를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산토리 주류 맥주사업부장은 “지금이야 프리미엄 몰츠가 매장 한가운데에 놓이지만 소매점에서의 ‘시장 만들기’에 주력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산토리는 판매방식을 역으로 이용했다. 맥주는 보통 주류 코너에 놓이게 마련이지만 프리미엄 몰츠는 생선이나 정육코너의 냉장케이스 안 혹은 과일이나 야채코너 등에 진열했다. 식료품을 사려던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한 번 마셔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것이 맛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에서 공장 제조관계자 등을 초대해 시음회뿐 아니라 제조법을 알리기 위한 품질 세미나를 반복해서 열어 높은 품질을 홍보했다.

게다가 행운도 따랐다. 유통업계에서는 내점객이 증가하지 않자 박리다매 대신 같은 맥주를 판매하더라도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몰츠를 팔고 싶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한 ‘방콕형 리치’족들의 증가도 프리미엄 몰츠의 성공에 한몫을 했다.

할리 데이비슨(이하 할리)은 일본 751cc 이상의 대형 오토바이 시장에서 약 3대 중 1대를 점유할 만큼 시장을 확대했다. 할리의 평균가격은 200만 엔(약 2800만 원)으로 일본산 오토바이에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는 여전히 일본에서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미국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할리데이비슨은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름은 알고 있을 정도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오토바이 시장은 일본 도로사정을 감안했을 때 절대 크지 않다. 이런 한정된 시장에서 일본 메이커와 BMW 등의 해외 메이커들과 경쟁한 것이다. 그럼 할리는 어떻게 신규고객을 확보하고 있을까.

할리 광고부의 다나카 씨는 “할리 오너즈 그룹(HOG)은 세계 131개국 110만 명 이상의 할리 오너들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오토바이그룹이다. 세계에 약 1400지부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에만 150지부를 형성하고 있다. 할리의 오너가 되면 1년간 무료로 HOG의 멤버로 각 지부에 소속되어 각종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뿐 아니라 이벤트 참가를 유도하거나 할리 동호회를 지원한다. 이런 고객관리가 할리의 열광적인 팬을 만들어내고 있다.

HOG에서는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회보지가 있어 할리를 즐기는 방법과 주행하기 좋은 관광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코너가 ‘달리기 전당’이다. 다나카 씨는 “할리를 구입한 시점부터 총 주행거리 10만 마일을 달성하거나 월간 혹은 연간 주행거리를 경쟁하는 콘테스트로 5회 우승하면 전당에 들어가 기념품을 받고, 일본법인 건물 현관에 자신의 이름을 게재할 수 있다. 할리의 오너들은 전당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일본 전국 각지의 도로를 달리는 것이지만 그들이 달리면 달릴수록 일반인들의 눈에 띌 기회가 늘어나 ‘달리는 광고’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할리의 강점은 로열 커스터머를 육성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시장이 대세라고 해서 무조건 값비싼 상품을 만든다고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디플레이션 시대에 잘 팔리는 기업의 공통점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새롭게 먹는 법, 마시는 법, 사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해 시장과 수요를 창조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경쟁사들에 비해 고액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매상을 올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어떤 기업이라도 방어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소극적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성공 마케팅 사례처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움직여야만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최근 포토로그